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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사랑의윤달!

어풍대08 2006. 9. 19. 08:41
이덕일 사랑] 윤달

혜강(惠岡) 최한기(崔漢綺)가 ‘기측체의(氣測體義)’ ‘중국과 서양 역법(曆法)의 이동(異同)’조에서 “중국 역법은 윤월(閏月)을 두지만 서양 역법은 윤월을 두지 않고 오직 윤일(閏日)을 둔다”고 말한 것처럼 동양의 태음력에서 윤달은 덤으로서 1년이 13달이 되지만, 서양의 태양력에서 윤달은 29일이 있는 2월이며 29일 하루가 윤일이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주역(周易)’의 단상(彖象)을 설명하면서 “단(彖)과 상(象)은 모두 시(豕·돼지)를 따랐으니 반드시 다 짐승의 이름인 것이다”라면서 “코끼리[象]란 짐승은 임신한 지 5년 만에 낳으니 5년에 윤월(閏月)이 두 번 드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라고 윤달을 코끼리에 비유해 설명했다.

윤달을 여벌달, 공달 또는 덤달이라고도 한다. ‘증보문헌비고’ 악고(樂考)에 “금(琴)은 줄이 다섯이니 오행을 상징한 것이고… 휘(暉)가 열셋이니 12율(律)을 상징하고 나머지 하나는 윤달을 형상한 것이다”라는 말처럼 악기 제조에도 윤달을 넣었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석모(洪錫謨)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壽衣) 만들기에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면서 “광주(廣州) 봉은사(奉恩寺·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는 매양 윤달을 만나면 서울 장안의 여인들이 다투어 불공을 드리며 돈을 탑(榻) 위에 놓는데, 윤달이 다 가도록 끊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제주도에서는 윤달에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행하는데, 생전의 죄를 모두 용서받고 극락왕생하기를 바라는 불교 행사이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처럼 윤달의 이장(移葬)이 좋다는 인식도 강하다. 그러나 동짓달에는 윤달이 들지 않는 것을 악용해 “윤(閏)동짓달 초하룻날 꾼 돈을 갚겠다”라고 말하면 꾼 돈을 떼어먹겠다는 공언이다.

조선왕실 최대의 비극인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서 죽은 때도 영조 38년(1762) 윤 5월이었다. 21일이 윤달의 마지막 날인데 부모를 위해 수의를 만들고 조상을 위해 묘를 이장하는 효도의 마음이야 어찌 윤달에 국한하겠는가.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입력 : 2006.09.18 18:57 21' / 수정 : 2006.09.19 02:33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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