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에재물을논함은.오랑케의道이다..
옛말에 ‘성인(聖人)이라야 예를 만든다.’고 하였다.
공자(孔子)와 같은 성인이거나, 아니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만이 예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어찌 일반 사람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려고 예를 만들었겠는가. 일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적절히 절제할 수 있게 하려고 예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후대에 이 예를 쓰는 자들이 예의 본질은 내팽개치고 겉껍데기만을 중시하다 보니, 허례허식(虛禮虛飾)으로 흐르게 되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청춘 남녀가 하나로 맺어져서 한 가정을 꾸리게 되는 혼인의 예식은, 참으로 거룩한 의식이다.
혼례를 치름으로써 이루어지게 되는 한 가정은 인간 윤리가 시작되는 곳이고, 우리 사회를 존속할 수 있게 하는 최소의 공동체이다.
그런 만큼 혼인의 예식은 모든 사람의 화합과 축복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혼례(婚禮)와 상례(喪禮)는 사람의 도리 중에서도 큰 것으로, 예(禮)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고 법(法)에는 금지하는 바가 있다. 가난한 자야 사실 논할 것이 없지만, 부유한 자는 항상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여, 예를 범하고 법을 넘어서서 참람하고 사치스러운 풍조가 이루어졌다.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재물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은 참으로 오랑캐의 도이다. 이때는 오랑캐의 풍속이 미처 바뀌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이를 수치로 여겼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예교(禮敎)가 밝고 아름다운 시대임에랴. “예로써 장사지내고 예로써 제사지낸다. ”라고 하였으니, 군자가 일을 행함에 있어 예를 버리고 무엇으로 하겠는가. 그리고 어버이의 장례를 예에 따라 지내면 박장(薄葬)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마구 일어나 떠들어 대기도 한다. 이것은 장사치들이나 하는 행위이지, 사군자(士君子)가 본받을 일은 아니다. | |
![]() ▶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평생도(平生圖) 중의 혼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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