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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원.고전산문,옛날의道는,말(言)을적게하는것을귀(貴)하게....

어풍대08 2013. 6. 3. 11:38

옛날의도는,말을적게하는것을귀하게여겼다,

(古之道, 言貴乎簡.)

우리의 옛 선인들은 말을 함에 신중하게 말하고,

간략하게 말하고,

때에 맞게 말하는 것을 아주 중요한 덕목(德目)으로 여겼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행실에 맞게 말을 하여,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되도록 하는 것을 아주 중시하였다.

자신의 행실은 엉망이면서 말만 뻔지르르하게 잘하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말을 늘어놓는 것을 못난 사람의 전형으로 보았다.

옛날의 도는 말을 적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말이란 제 뜻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적게 하려고 하였는가?

말할 만한 것을 말하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고 해서 그런 것이다.
자기를 자랑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남을 헐뜯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가 아닌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바르지 않은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말을 하는 데 있어 이 네 가지를 경계한다면,

말을 적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적게 하게 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군자는 말을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옛날 사람들은 말을 적게 하였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말하였다.

이 때문에 말이 적었던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이 말을 외운 지가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늘 이에 대해서 부끄러운 점이 있다.

이에 드디어 이 설을 써서 스스로 유념하려고 한다.

古之道, 言貴乎簡.

言所以宣意也, 奚取乎簡哉?

言其所可言, 不言其所不可言而已.

矜己之言, 不可言.

敗人之言, 不可言.

無實之言, 不可言.

非法之言, 不可言.

言能戒是四者, 則言不期簡而簡矣.

故曰, “君子之言, 不得已而後言.

” 又曰, “古人之辭寡, 不得已而後言, 言所以寡也.

” 余誦是也久矣, 而恒有媿乎是. 遂書以自志.

- 윤휴(尹鑴, 1617∼1680), 「말에 대한 설[言說]」, 『백호전서(白湖全書)』

이 글은 백호(白湖) 윤휴가 자신을 경계하기 위하여 지은 글이다.

윤휴는 숙종 때 우찬성에 올랐다가 경신환국(庚申換局)의 정변(政變)으로 사사(賜死)된 인물이다.

우리에게는 주자(朱子)의 학설에 대해 이견(異見)을 제시하였다가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로부터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지탄을 받았던 인물로 익히 알려졌다.
윤휴는 이 글에서

자기 자랑을 하는 말,

다른 사람을 헐뜯는 말,

사실이 아닌 말,

바르지 않은 말을 하지 말라고 경계하였다.

또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말을 신중하게 하여 자신의 허물을 줄여, 다른 사람의 비난과 질시를 받지 않으려고 하였다.
윤휴는 학문적으로 매우 뛰어나 당시 사람들로부터 크게 인정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그토록 경계하였던 말로 인해, 끝내는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로부터 사문난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윤휴와 같이 뛰어난 학식을 가진 사람도 말을 절제하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옛날에 중국의 남용(南容)이란 사람이

『시경(詩經)』의 「백규(白圭)」에 나오는

‘옥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가 없다.

[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라는 구절을 하루에 세 번씩 외웠다.

이 시는 말을 신중하게 할 것을 경계하는 시이다.

공자(孔子)는 이것 하나만을 보고서 남용을 선뜻 자신의 사위로 삼았다.

그만큼 공자는 말을 신중하게 하여 허물을 적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오늘날 신문이나 방송 등 각종 언론 매체를 접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각자의 주장을 참으로 많이들 늘어놓는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보편타당한 진리에 입각하여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사리와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은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더욱 더 확실히 드러내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현란한 용어를 사용하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

지난 대선(大選) 때부터 최근에까지 우리 국민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인물이 있었다.

요즈음에는 이 사람 때문에 어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이 사람은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 말을 늘어놓을 수 있는 곳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격렬한 말을 참으로 많이도 늘어놓았다.

다른 사람의 비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덕에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언론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정점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은 몰랐다.

고위직에 오른 뒤에는 오히려 전보다 더 기고만장하였다.

이 세상을 올려다볼 줄은 모르고 내려다볼 줄만 알았다.

자기 자신은 어떤 행실을 해도 괜찮은 줄 알고 제 마음대로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평소의 행실대로 술을 마시고 마음대로 행동하다가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패가망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라에 수치를 끼치고 떠받들던 사람을 망치는 ‘치국망인(恥國亡人)’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이 사람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직접 목도하였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이 일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되돌아볼 줄을 모른다.

예전에 하던 그대로 날카로운 말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면서, 함부로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이 이 나라의 국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양 대단한 체하면서 으스댄다. 참으로 이해 못 할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 이 사람의 전철을 또다시 밟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의 옛 선인들은 신중하게 말하고, 간략하게 말하기를 힘썼다. 또한, 자기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면서, 늘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되도록 하기를 힘썼다.

이제 이름만 대면 온 국민 누구나가 알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은, 위에 든 사례를 교훈 삼고, 선인들이 신중하게 말하려고 하였던 뜻을 되새겨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말을 조심하고 행실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꼭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필부필부(匹夫匹婦)들 역시 말을 함에 신중하게 하기를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미더움을 주고,

다른 사람의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선용글쓴이 : 정선용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 주요저역서
    -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 일빛, 2011
    -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해동역사』, 『잠곡유고』, 『학봉집』, 『청음집』, 『우복집』, 『삼탄집』,『동명집』 등 17종 70여 책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