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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당(石堂) 김상정(金相定)이 지은 「우난(友難)」『석당유고(石堂遺稿)』

어풍대08 2014. 8. 1. 19:26

석당(石堂) 김상정(金相定)이 지은 「우난(友難)」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의 6대손으로, 정조 때 대사간(大司諫)을 지낸 인물인 석당(石堂) 김상정(金相定)이 지은 「우난(友難)」이라는 글이다.

里有父子同宮而居者。其子喜結友。日出門與友遊。出必醉飽而反。或時不出。友至蹝履欵門者甚衆。父曰是皆何如人。曰友也。曰友難而友多至此乎。一日父殺猪席褁。而謂其子曰觀於而所友者。曰擔且前。而所最信友誰也。前至其所最信友之家。告其友曰吾殺人急。今負以來在此。友曰諾。且入圖之。立食頃不出。呼又不應。曰咄獨爾乎哉。去而至他。告其友曰吾今晩殺人急。輒來與若謀。友咜曰此何如事。速去。遅將累我。曰咄獨爾乎哉。又去而之他。凡擔而走三四家。率皆不見接。意無聊。其擔益重。曙皷動。父曰而友盡乎。吾有相識人在。遂往叩其人之門而告其人。如其子之告其友者之爲。其人驚曰止。東方且白矣。入取鍤。且毁其卧室之堗。顧曰助我。曰毋。堗不必毁也。指席褁者曰猪也。因告其人其子事。其人投鍤而笑。遂相與市酒啖肉而去。其子大慙悔。歸而不復敢談友。
 
- 김상정 (金相定, 1722~1788), 「우난(友難)」, 『석당유고(石堂遺稿)』





어떤 마을에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


다.


그 아들이 벗들과 사귀기를 좋아하여 날마다 문밖으로 나가 벗


들과 어울리면서 놀았는데,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술에 잔뜩 취


해 돌아왔다

.

가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있을 적에는 벗들



이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자들이 아주 많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저들은 누구냐?”

 
“저의 벗들입니다.”

 
“벗을 사귀기는 어려운 법인데, 벗이 그렇게도 많단 말인


가?” 


어느 날 아버지가 돼지를 죽이고서 거적으로 싼 다음, 아들에


“네가 벗이라고 하는 자들에게 가 보자.”


하고는, 또,


 

“이것을 짊어지고서 앞장서라.


네가 가장 믿을 만한 벗이 누구냐?”



하였다.


아들이 돼지를 짊어지고 앞장서서 자신이 가장 믿을 만한 벗의


 집으로 가 벗에게


“내가 오늘 저녁에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다급한 맘에 지금 시체를 짊어지고 널 찾아왔다.”

 

하자, 그 벗이


“그런가? 집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시체를 처리하자.”

 

하였다.


그러나 한 식경이 지나도록 그 집 앞에 서 있었는데도 그 벗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면서,


 

“허허, 너 혼자서 처리해야겠구나.”


 

하였다.


 아들이 그 집을 떠나와 다른 집을 찾아가 그 벗에게 고하기를,



 “내가 오늘 저녁에 사람을 죽이고서 다급하여 너를 찾아왔


다.

 

너와 함께 시체를 처리했으면 한다.”


 

하자, 그 벗이 소리를 치면서 말하기를,


 

“살인이 얼마나 큰일인가.


속히 떠나가라.


머뭇대면 나에게 누를 끼칠 것이다.” 


하였다.


그러자 아버지가 다시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허허, 너 혼자서 처리해야겠구나.” 


아들이 또다시 다른 벗을 찾아갔다.

 

시체를 짊어지고서 서너 을 찾아갔으나, 모두 만나주지 않았다.


 마음은 허탈하고 짐은더욱 무거워졌다.


날이 장차 밝으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너의 벗이 이제 더는 없는가?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찾아가 보자.”

 

하였다.


아버지가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는 아


들이 그의 벗들에게 고했던 대로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잠깐만 있으시게. 조금


있으면 날이 밝을 것이네.”

 

하였다.


 그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삽을 가지고 나와 안방의 구들을


 들어내려고 하면서 아버지를 돌아보며 이르기를,


 

“자네도 나를 도와 구들을 들어내시게.” 



하자, 아버지가 말하기를,


“그러지 마시게. 구들을 들어낼 필요 없네.”

 

라고 하고는, 거적으로 싼 것을 가리키면서,

 

“저것은 죽은 돼지네.” 


하였다.


그리고는 아들의 일을 그 사람에게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이 삽을 내려놓고 웃었다.


드디어 술을 사와 그 돼지고기를 안주 삼아 먹고서 돌아왔다



. 아들이 크게 부끄러워하면서 후회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 다시는 벗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